김리윤은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 시각예술가, 그래픽디자이너다. 그는 언어를 이미지가 출현하는 조건을 조직하는 매체이자 하나의 보기 형식, 이미지가 잠정적인 형태로 발생하고 해체되는 운동의 장으로 다룬다. 언어는 물리적 실체 없이 이미지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소리와 활자, 리듬과 배열, 호흡과 여백, 책과 웹 같은 지지체를 통해 감각적 물질성을 획득한다. 이때 이미지는 문장의 의미와 음성적 운동, 활자의 배열과 지지체의 조건이 읽고 보는 몸의 기억과 감각, 사물과 매체의 물성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구성되는 지각적 사건이므로 형상과 시간성, 운동의 방향 역시 그것이 출현하는 몸과 매체,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김리윤은 시와 산문을 비롯한 활자 매체와 시각 매체를 오가며 이미지가 서로 다른 물성과 시간, 몸과 장소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유실과 변형, 새로운 접속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에서 보기는 보는 자의 위치와 기억, 대상의 물질적 조건, 시선을 매개하는 언어가 함께 구성하는 불안정한 관계이자 실천이다. 시선은 세계의 층위를 선택하고 배열하며 감추고 드러내고 중첩함으로써 대상이 나타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그는 하나의 시점으로 환원되지 않는 복수의 전망과 서로 다른 현실이 겹치고 어긋나는 순간에 주목한다.
김리윤은 보기의 불완전성을 전제로 삼으면서도 시선이 새로운 지각을 발생시키는 힘을 신뢰한다. 그의 작업은 언어의 운동과 재료의 물성, 매체의 조건, 의도와 우연, 실패와 타자의 개입이 서로를 조정하며 형식을 이루는 과정이다. 그는 이 다양한 힘이 작품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현실의 복수성과 미결정성을 지속시키는 관계적 실천으로서 창작을 수행한다.
시집 『야생의 눈과 눈 안쪽의 야생』(문학과지성사, 2026), 『투명도 혼합 공간』(문학과지성사, 2022), 산문집 『부드러운 재료』(봄날의책, 2025)를 출간했다. 개인전 «새 손»(2023, 리:플랫)을 개최했으며, 웹 기반 연재 플랫폼 아지테이트(agitate.site)를 공동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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